특별전 1은 ‘도시’를 주제로 꾸준히 작업해 온 국내작가 7인을 초빙해 구성한다. 부산을 넘어 초월적 도시로서의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함께 관람하며 소통할 수 있는 장이다. 권해일의 “Modern House”는 지난 시대의 고급 가옥이었던 양옥집을 대상으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의 우울한 감성을 깔끔하게 표출하고 있다. 정명식의 “Gyeongbokgung, beyond the royal palace”는 과거와 미래, 동양과 서양이 현존하는 한국 서울의 상징과 시공간을 거스르는 우리의 정체성을 탐구한 작업이다. 노형주의 “낯선 빛으로 본 하야리아”는 적외선 필름의 낯선 빛 이미지를 통해 부산의 서글픈 현대사를 예술로 재해석하고 있다. 조준백 “사상공단”은 40여 년간 부산 경제의 중추적 역할이 점점 소멸하면서 낙후된 공업단지의 서글픈 현재를 담고 있다. 손동환의 “적산가옥”은 값비싼 대가를 치러 되찾은 재산이 ‘국가등록문화재’로 등재되고 관리되고 있는 건축물을 통해 지워버리고 싶은 먹먹한 기억을 소환한다. 최상룡의 “스펙터클 도시”는 내가 어떻게 보이는가에 집중한 도시인의 불안정한 정체성을 매우 모순되고 기형적인 도시의 스펙터클 이미지로 재구성하고 있다. 황성윤의 “폐쇄” – 다큐멘터리 영상은 기억인지 환상인지 모를 숨막히는 왜곡된 일상을 표현하고 있다.
Special Exhibition 1 features seven Korean artists who have consistently explored the theme of the city. It is a space for viewing and engaging with photographic works that envision the city beyond Busan—as a transcendent urban entity—alongside a documentary film on climate change created by a film director. Kwon Hae-il’s “Modern House” neatly expresses a melancholic sentiment of “No flower blooms for ten days” through images of Western-style houses that were once considered luxurious residences of a bygone era. Jung Myung-sik’s “Gyeongbokgung”, beyond the royal palace is a work that explores our identity by traversing time and space, capturing the coexistence of past and future, East and West, in the symbolic landscape of Seoul, South Korea. Noh Hyeong-ju’s “Hayaria Seen in an Unfamiliar Light” reinterprets Busan’s sad modern history as art through images of unfamiliar light from infrared film. Jo Joon-baek’s “Sasang Industrial Complex” captures the somber present of a once-thriving industrial zone, reflecting the decline of an area that played a central role in Busan’s economy for over 40 years. Son Donghwan’s “Enemy’s House” summons up a bitter memory that one would like to erase through a building that was reclaimed at a high price and is registered and managed as a “nationally registered cultural property.” Choi Sanglyong’s “Spectacle City” reconstructs the unstable identity of city dwellers who focus on how they look through highly contradictory and deformed images of the city’s spectacle. Hwang Seongyun’s “Closure” – a documentary film – expresses a suffocating and distorted daily life that is hard to tell whether it is a memory or an illusion.
1. 권해일 “Morden House”
올려다보는 나를 내려다보는 김군. 바로 내려오면 좋으련만, 그는 2층 테라스에서 손을 흔들어 보이고서야 엇박자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오곤 했다. 양옥집에 사는 이 녀석 앞에서는 이상하게 주눅 들었고, 부럽다는 감정을 감추기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김군은 나의 마음을 읽었고, 그것을 즐겼던 것 같다. 서양의 것을 본떠 만든 이 근사한 집에서 생활하는 녀석은 초라하기 짝이 없는 나와는 조금은 다른 시대에 살았다.
근대가 현대였을 때, 양옥집은 자본주의적 이데올로기 주거 공간의 표상이었고, 범접하기 힘든 견고한 현대적 성이었다. 하지만 현대가 근대가 된 지금은 소멸 중이다. 주인이 여러 번 바뀌면서, 그들의 취향에 따라 색이 변했다. 나무로 만든 문패는 모서리에서 반대편 모서리까지 갈라졌고, 초인종은 아무리 눌러도 소리는커녕 눌리는 느낌도 없다. 테라스의 페인트는 위태한 색으로 바랬고, 이어 붙인 플라스틱 처마 때문에 예전의 위엄있는 질감이 얄궂게 되었다. 두꺼운 초록색 방수 페인트가 주변부터 들고 일어나 가뭄의 논바닥처럼 되어도 덧바르지 않았다. 이제 양옥집은 약한 바람에도 온갖 소리가 날 것 같이 얇아졌다. 일종의 복고적 감성을 자극할 뿐, 경제적 계산법으로 따져 허물 적기를 기다리는 신세처럼 보인다.
우연히 길 건너 5층 건물 옥상에 올랐을 때, 오래된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 작은 마당과 화분, 나무들, 잡다한 생활용품, 빨래, 한눈에 들어오는 건물의 전체 형태, 그리고 그 안의 사람과 대면한다. 이곳은 근대의 불신과 현대의 불안이 공존한다. 사람들은 떠날 때를 놓쳤거나, 여전히 떠날 채비를 하거나, 혹은 떠날 생각이 조금도 없을지 모른다. 이유가 어떻든 다들 각자의 삶을 살 줄 알기에 나에게는 일종의 경외감이 느껴졌다. 또 다른 의미로써 부러움의 대상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그리고 김군이 아니고 양옥집이 부러웠고, 이제는 양옥집이 아니라 그 안의 사람들이 부럽다.
양옥집 사람들은 놀이동산의 긴장감 넘치는 기구들 속에서 느리게 움직이는 회전목마 같다. 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도시의 속도감 때문에 느끼는 구토감이 완화된다. 피학적 숭고함을 잠시 잊는 마취 효과가 있다. 유달리 걸음이 느린 내게 꼭 필요한 진통제를 맞는 시간처럼 느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허물없이 살던 개인城은 이렇게 무너져가고, 사적 공간을 이어붙인 공공城으로 채워진 도시가 나의 이목구비를 막고 있다. 나는 이들처럼 느리게 움직일 용기가 없어, 그저 내려다보기만 한다.

ⓒ권해일,운동기구를 타는 사람, archival pigment print, 2022, 130×97.5cm
2. 정명식 “Gyeongbokgung, beyond the royal palace”
서울의 궁궐은 단순한 역사적 유물이 아니라 현대 도시와의 연결 고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600년 전, 태조 이성계의 명에 따라 한성으로 천도하며 경복궁이 건설된 이후, 한양은 한반도의 중심지이자 최대 도시로 자리 잡았다.
현재의 서울은 조선 시대 한양 도성의 면적에 비해 수십 배 확장되었지만, 궁궐과 주요 역사적 건축물은 여전히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궁궐은 도시민에게는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관광객에게는 한국과 서울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오늘날 궁궐 안에서는 관리인과 관광객이 각자의 방식으로 이 공간을 이해하고 소비하고 있다. 경복궁은 매일 아침 시민과 관광객을 맞이하며, 정문 광화문 밖의 세종로 광장은 매 시대마다 시민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소통의 장으로 기능한다.
궁궐은 한국의 역사와 건축, 문화, 예술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장소로,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는 서울의 상징이다. 궁궐은 아끼고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이며, 현대를 상징하는 고층 빌딩들과 함께 공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역사와 현대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탐구할 수 있다.
궁궐은 우리의 과거를 기억하게 하고, 현대 도시와의 연결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 정명식, 경복궁, 130×88.6cm, pigment print, 2015
3. 노형주 “낯선 빛으로 본 하야리아”
“낯선 빛으로 본 하야리아” 전시는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화하며, 역사를 예술로 재해석하려는 시도이다. “역사적 기억의 보전과 재발견” 하야리아 부대는 부산의 현대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그 기억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이 전시는 적외선 필름이라는 매체를 통해 하야리아 부대의 과거를 새롭게 조명하며, 지역의 역사적 흔적을 보존하고 알리는데 목적이 있다.그리고 적외선 필름의 기술적 특성과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통해 관객에게 시각적인 즐거움과 더불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려고 한다.

ⓒ 노형주, 42×29.7cm, Pigment print on various papers, 2010~2011
4. 조준백 “사상공단”
사상공단은 1970년대 초 부산 전역에 걸쳐 산재되어 있던 공장들을 현재 부산의 사상구 지역으로 이주시켜 조성된 공업단지이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40여 년간 부산 경제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오면서 부산, 경남의 최대 공업 지대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사상공단 내의 주류산업이었던 신발 제조공장, 주물공장 및 피혁공장 같은 주력 산업의 쇠퇴로 인한 구조 변화와 환경문제 등으로 많은 기업들이 역외로 이전되었고, 하나의 큰 블록을 차지했던 대형공장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되고 그곳이 여러 개의 작은 공장들로 분할되면서 업종을 변경하고 규모도 축소되었다. 그로 인하여 사상공단은 높은 접근성과 인지도에 비해 그 역할들이 많이 축소되고 주변 환경들도 매우 낙후된 상황이다.

ⓒ 조준백, 사상공단, 80x120cm, Archival Pigment Print, 2022
5. 손동환 “적산가옥”
적산(敵産)은 적의 재산이라는 의미이며 적산가옥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들이 거주하던 가옥으로 주로 부산, 인천, 목포, 군산, 포항 등 식민지 수탈의 근거지였던 항구도시와 철도 거점 지역, 곡창지대 등에 남아 있다. 일제 강점기 수탈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적산가옥이 근대화와 도시개발 과정에서 사라지고 일부 현존하는 적산가옥 중 비교적 규모가 크고 학술연구·조사 등의 가치가 있는 것은‘국가등록문화재’로 등재되어 관리되고 있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적산가옥을 보수하고 정비하여 관광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처음 적산가옥을 마주하면서 그 이름부터 생소하게 다가왔지만 가옥의 규모가 우리들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커서 입을 다물지 못했고 또한 이 건물들을 짓고 곳간이 채워지기까지 우리 국민들의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이 서려 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졌었다. 한편으로는 왜 감추고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을 들쳐 내어 보존해야 할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일부 국민들도 일제 강점기 적이 남기고 간 재산을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등록문화재로 지정하여 보존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 어울리지 않으며 문화재의 의미와 전혀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적산가옥은 수탈당했던 재산을 되찾은 것이기에 우리의 재산이 된 것이다. 값비싼 대가를 치러 되찾은 재산이고 일제 강점기 시설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들에게 수탈의 상징성을 가진 현장을 보여줄 수 있는 역사적인 공간을 어떻게 허물어 버릴 수 있겠는가.

ⓒ 손동환, 적산가옥, 100x67cm, pigment print, 2024
6. 최상룡 “스펙터클 도시”
현대의 대도시는 제조업 중심의 근대적 산업도시로부터 소비 중심의 후기산업 사회로 급속하게 변화되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핵심산업은 해체된 공동화(空洞化) 공간을 급속하게 소비산업으로 대체시켜 왔고, 이는 산업구조만의 변화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도시정책과 경관, 그리고 시민의 생활에까지 깊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기 드보르(Guy Debord)는 도시의 소비중심 사회를 ‘스펙터클 사회’로 규명하면서 도시 스펙터클의 의미를 ‘이미지가 될 정도까지 축적된 자본’으로 바라보았다. 스펙터클은 특정 목적을 위해 의식적으로 만들어진 도시공간에서 대량 생산되고 소비되는 이미지로써, 인터넷과 미디어를 통해 일상생활 전반에 침투하여 도시의 삶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스펙터클의 축적물로 환원되고 있으며, 나아가 도시 공간 전체가 하나의 상품화가 되어가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도시 공간의 상품화와 스펙터클 이미지는 끊임없이 확대 재생되어 먹고, 마시고, 입고, 즐기는 상품의 효용성과 사용 가치를 중시하기보다는 소비하는 상품의 겉모습, 즉 이미지를 강조하게 되었다. 그 이미지를 소비함으로써 자신이 어떠한 스타일의 사람으로 보이는가에 관심이 집중되었고, 나는 누구인가 보다는 내가 어떻게 보이는가에 대한 자기표현 양식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근원이 되었다. 이렇게 시각 이미지에 호소하는 욕망 자극 효과는 도시공간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건축물들과 거리 전체까지도 하나의 거대한 이미지 소비공간이 되고 있다.
이에 도시인이 생활하는 주변 공간들이 대형 쇼핑센터, 고층 아파트, 백화점, 카페, 호텔 등 소비 이미지와 스펙터클 이미지로 채워지는 소비도시로 변모하는 현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즉, 일반 시민들이 삶의 현장에서 영위하는 소비생활의 구체성이 은폐되고, 외부의 시선에 드러나는 ‘보여지기 위한 도시’로 변화되고, 개별적 고유성을 지니는 도시 내의 이질적인 모습들이 획일적으로 동질화 되어가는 매우 부자연스러우며 모순되고 기형적인 도시의 스펙터클 이미지를 비판적 관점에서 재구성하여 편집해 보았다.

ⓒ 최상룡, 스펙터클 도시, 142×94.6cm,2024
7. 황성윤 “폐쇄” – 다큐멘터리 영상
숨 막히는 세상, 숨을 쉬려는 자들 지금의 삶은 빠져나올 수 없는 굴레와 같다. 모든 것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우리는 준비되지 않은 채 그 속에 내던져진다. 분쟁은 일상이 되고, 세상은 병들어 간다.
숨이 막히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다시 숨을 쉰다. 희미해져 가는 눈빛, 엉켜버린 감정의 선들, 더럽혀진 천처럼 무너져 내리는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어떻게든, 한 번 더 숨을 쉬어 본다. 브라운관 TV 속 왜곡된 영상은 기억인지 환상인지 모를 잔상을 반복한다. 그 안에서, 우리는 질문한다.
“이곳에서도, 아직 숨을 쉴 수 있을까.”

ⓒ황성윤, 폐쇄, mp4, 186초, 2025